경기옛길/의주길

도라지

나들나들 2024. 6. 25. 07:01


산수유 나무 아래서 - 곽재구

꽃뱀 한 마리가
우리들의 시간을 물고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바람이 보라색과 흰색의 도라지 꽃망울을 차례로 흔드는 동안
꼭 그만큼의 설레임으로 당신의 머리칼에 입맞춤했습니다
그 순간, 내 가슴 안에 얼마나 넓은 평원이 펼쳐지는지
얼마나 아름다운 색색의 꽃들이 피어나는지......
사랑하는 이여, 나 가만히 노 저어
그대에게 가는 시간의 강물 위에 내 마음 띄웁니다
바로 곁에 앉아 있지만
너무나 멀어서 먹먹한 그리움 같은
언제나 함께 있지만 언제나 함께 없는
사랑하는 이여,
꽃뱀 한 마리 우리들의 시간을 물고 어디론가 사라져 돌아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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