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한 곡선 그리는 물줄기
첫 번째 찾아갈 전망포인트는 파주 문산읍 ‘장산전망대’다. 이곳은 오래도록 군사시설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DMZ를 따라 평화누리길이 조성되면서 비로소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잦아진 곳이다. 장산전망대의 가장 큰 장점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300m만 걸어가면 탁 트인 전망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주차장을 찾다가 헤매는 이들이 많다는 것. 내비게이션에 ‘장산전망대’를 치면 내비의 종류에 따라 엉뚱한 곳으로 안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파주시 문산읍 장산리 산21-3’이라고 주소를 정확히 검색해야 한다. 넓은 헬기 착륙장과 화장실이 보이면 주차장을 제대로 찾은 것이다.
전망대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조금만 걸어가면 나온다. 이왕이면 텀블러에 커피 한잔과 돗자리 한 장을 챙겨 들고 걷자. 오래 머물며 커피 한잔을 즐기고픈 풍경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높이 100m에 불과한 나지막한 언덕이지만 유유한 곡선을 그리며 흐르는 임진강 물줄기와 벼가 익어가는 들녘, 그리고 강 건너 초평도와 그 너머의 북녘땅이 한눈에 조망된다. 자못 감동스러운 풍광이 아닐 수 없다.
생태계 풍요롭게 보존된 초평도
가까운 곳부터 차례대로 살펴보자. 장산 아래에는 습지를 막아 만든 논이 펼쳐졌는데, 농경지를 가로지른 논길의 곡선이 아름답다. 기자가 찾아간 8월 중순에는 들녘이 푸르렀지만, 지금쯤 찾아가면 황금빛으로 물들지 않았을까.
동남쪽에서 흘러온 임진강은 초평도라는 하중도(河中島)를 만나 물줄기를 두 개로 나눴다가 다시 합쳐진다. 초평도(草坪島)는 순 우리말로 ‘풀들섬’이라 부르는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 50만평에 이르는 드넓은 모래섬을 갯버들과 풀들이 가득 채우고 있다. 남과 북의 접경에 자리하고 있는 까닭에 한국전쟁 이후 사람의 출입이 통제돼 자연식생이 잘 보존됐다고 한다. 얼어붙은 남북관계가 풀리고 초평도가 소중한 평화의 섬이 되기를 꿈꿔본다.
아래쪽은 장산리 농경지, 물길 건너편은 초평도다.
초평도와 임진강을 둘러싼 나지막한 산줄기들은 군사적 방어선이기도 하다. 자세히 살펴보면 능선마다 군사도로와 초소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그 너머 북서쪽의 우뚝한 산줄기들은 바로 북녘땅이다. 왼쪽부터 장군봉, 천덕산, 진봉산과 같은 봉우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멀리 송악산 아래 북한 개성시 외곽지역은 바로 개성공단이 있는 곳이다. 좀 더 가까이에는 북한 선전마을인 기정동마을, 그리고 남쪽 민통선 마을인 대성동마을과 해마루촌도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극락봉을 비롯한 마식령 산맥 산줄기가 동쪽으로 길게 이어진다. 성능 좋은 망원경을 챙겨가 전망대 안내판을 참고하며 구석구석 찾아보면 훨씬 흥미진진한 나들이를 즐길 수 있다.
장산전망대에서는 능선을 따라 군사시설이 조망된다.
망원경 챙겨가면 더 흥미진진
장산전망대의 시설물은 안내판과 벤치, 사방이 시원하게 트인 원두막, 야외 운동기구 몇 개가 전부다. 하지만 풍경이 모든 것을 채워주니 아쉬울 게 없다. 전망대 주변은 평평하고 너른 풀밭이라 주말이면 밤하늘의 별을 보며 캠핑을 하는 이들도 많다.
장산전망대에서 평화누리길을 따라 3.5km를 걸어가면 율곡습지공원이 나온다. 이곳 역시 가을에 찾아가야 제격이다. 차로 이동해서 들러도 좋고, 시간이 여유롭다면 한번 걸어봐도 좋다. 또한 화석정, 율곡수목원, 자운서원 등 한가롭고 풍광 좋은 나들이 포인트가 가까이에 있다.
먹거리는 임진강변 매운탕집이나 문산 자유시장 주변에서 찾아보면 된다. 좋은 사람들과, 또는 홀로 가뿐하게, 하늘과 강물이 만나고 남녘 풀섬과 북녘 산줄기가 어우러지는 장산전망대로 가을나들이를 떠나보자.
출처 : 고양신문(http://www.mygoyang.com)
http://www.mygoyang.com/news/articleView.html?idxno=69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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