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김대건길
김대건 신부님의 믿음을 떠올리며"
(옥중에서 페레올 주교님께 남긴 편지 중/ 1846.08.26)
그들은 제 머리카락을 한 움큼 잡아 뽑고 포승으로 결박하여 발길질과 주먹질과 몽둥이질을 하였습니다.
그러는 동안 남아 있던 사공들은 어두운 밤을 타서 종선으로 빠져나가 힘껏 노를 저어 달아났습니다. 해변에 이르자 포졸들이 제 옷을 벗기고 마구 때리며 온갖 능욕을 퍼부으면서 관가로 끌고 갔는데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관장이 저에게 "당신이 천주교인이오?" 하고 물었습니다.
저는 "그렇소. 나는 천주교인이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그가 "어찌하여 임금님의 명령을 거역하고 천주교를 믿는 거요? 그 교를 버리시오."라고 심문하기에 "나는 천주교가 참된 종교이므로 믿는 거요. 우리 종교는 하느님을 공경하라고 가르치고 또 나를 영원한 행복으로 인도해 주오.
나는 배교하기를 거부하오." 하고 대답하였습니다.
관장은 저를 고문하게 하면서 "배교하지 않으면 곤장으로 때려죽이겠소."라고 말하였습니다.
"좋을 대로 하시오. 그러나 나는 결코 우리 하느님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오. 우리 종교의 진리를 듣고 싶으면 들어보시오. 내가 공경하는 하느님은 하늘과 땅과 사람과 이 세상 만물을 창조하신 분이고, 선인들은 상 주시고 악인들은 벌하시는 분이오. 그러니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하느님을 공경하여야 마땅하오. 관장 나으리, 하느님의 사랑 때문에 이런 형벌을 당하게 해주니 감사하오. 그리고 우리 하느님께서 당신을 더 높은 벼슬에 오르게 하여 이 은혜를 갚아주시기를 바라오"라고 말했습니다.
관장과 거기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이 말을 듣고는 껄껄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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